순간적으로 기울어지는바람에 서로 멈춰버린 시선은 몇 초 지나지도 않아 각자 다른곳을 바라보았다.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는게 바로 이런 기분인것같았다. 점점 걷잡을 수 없이 뛴다. 진정이 되지 않았다. 낯부끄럽게 두근거리는 소리가 전부 들려버릴 것 같다. 그 정도로 바로 앞에 있었다. 소라가 얼떨결에 바닥을 짚어버린 팔을 조금만 구부리면 금방 얼굴이 닿으면서 자신은 그 품안에 가둬져버릴 상황이었다.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지는 잘 모르겠지만. 아니 사실은 어떻게 됐든 뭐든 과정은 커녕 이미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. 화끈 달아올라버린 열이 볼에서 귓가로 퍼져서 머리 끝까지 뜨겁게 만들어버린 것 같았다. 눈 앞도 생각도 전부 흐렸다. 그냥 장난치다가 중심을 잃어버린 것 뿐인데. 그래서 기우뚱하다가 넘어져 버린 것 뿐인데. 손등 아래에 흐트러져버린 머리카락이 닿는 느낌이 마냥 이상하기만 했다. 방금까지만해도 낯설건 하나도 없는 제 방에 있었는데. 지금은 생긴것만 같은 제 3의공간으로 뚝 떨어진 기분이었다. 공기마저 숨이 막힐 정도로 달게 느껴졌다.
그렇게 크게 들리던 시계 소리가 지금은 고장이라도 난 것 처럼 아득하게 멀었다. 나기사는 침묵속에서 옆으로 피했던 눈동자를 슬쩍 굴려 제 앞에 있는 소라를 올려다보았다. 부끄러움에 머뭇거리기만 하던 시선은 천천히, 셔츠깃사이로 드러나있는 목을 타고 올라가 입술을 지나 부쩍 상기됀 뺨과 살짝 위로 올라간 눈매로 향했다. 우연찮게 아래를 향한 녹색 눈동자와 마주쳐버린건 그 다음이었다. 시선이 마주치기가 무섭게 나기사도 소라도 이번에는 아예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. 아. 정말 큰일 났다. 괜히 마른침만 넘어갔다.
나기사는 입가를 가린 손을 좀더 꼭 쥐었다. 그러니까, 그러니까 오빠들도 때마침 없고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. 게다가 다들 늦게 온다고했고, 이대로 있으면 분위기에 취해서 뽀뽀가 아니라 키스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. 그 다음에는 어쩌면ㅡ. 이런 생각들이 덕지덕지 들러붙는 와중에 옷 생각이 났다. 안 보인다고 아무거나 입었는데 속옷도 좀 예쁜걸로 입고 있을걸 그랬나보다. 여기까지 생각이 미쳐버린순간 부끄러움에 마치 높은 곳에 올라 선 것 처럼 눈앞이 아찔했다. 아무리 좋아도 정도가 있지 단단히 미친게 분명했다. 나기사는 결국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. 너무 민망해서 울어버릴 것 같았다.
눈 앞이 깜깜해져도 부끄러움은 여전했다. 기척마저도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서 나기사는 조심스레 감았던 눈을 떴다. 다시 눈이 마주쳐 버릴까봐, 그렇게 되면 정말 어떻게 되어버릴 것 만 같아서 차마 시선을 다시 들어올리지는 못했다. 입가에서 꼭 쥐고만 있던 손가락을 느리게 피면서, 나기사는 바로 옆에있는 소라의 팔을 더듬더듬 타고 올라가다 이내 옷자락을 잡았다. 선배라면 아무거나 해도 괜찮아요. 마음은 그런데 도통 식을 기미가 없는 열이 입 안을 꾸욱 눌렀다. 도저히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. 대답 대신 소라는 조금 머뭇거리다 이내 나기사의 비어있는 다른 한 쪽 손목을 향해 손을 뻗었다. 손끝이 닿았다. 손가락이 조심스럽게 팔목을 감싸며 얽혀온다. 항상 손을 잡아줬던 그 느낌을 잘 알고있는데도, 그 손길이 익숙해서 아무렇지도 않았었는데도 나기사는 자기도 모르게 팔을 움찔거리며 어깨를 움츠렸다. 손목이 채 손바닥안에 다 들어차기도 전에 소라는 손을 떼어냈다. 괜찮냐는 물음에 차마 그 얼굴을 보지 못하고 나기사는 말없이 옆으로 돌렸던 고개를 끄덕거리기만 했다. 그리고 둘 사이에서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없었다.
아. 이렇게 민망할바에야 차라리 죽어버리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. 그렇게 생각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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